지난 3월1일 환경부의 생태면적률 지침이 고시로 승격함에 따라 생태면적률 준수에 대한 책임이 강화되면서 생태면적률 가중치가 높은 1, 2등급의 투수블록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반면에 이를 둘러싼 각종 비리와 편법이 판을 치고 있다.

최근 LH가 추진하는 인천 검단의 한 도시시설물 조성공사 현장에서 어처구니 없는 일이 적발되어 이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LH 관계자, 건설사, 감리단 등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보차도블록 제조업체가 블록을 납품하면  LH 현장 감독관 입회 하에 해당 제품의 일부를 랜덤으로 수거해 품질검사 시험기관에 의뢰해 관련 품질검사 성적서를 받아 해당 등급에 맞을 경우 시공토록 하고 있다.

이번 제안 공고시 투수계수를 0.5~1.0 mm/sec (생태면적률 기준 2등급) 를 준수하도록 되어 있다.

문제가 된 현장의 경우 처음에는 제안공고에 맞는 성적서를 받았으나, 이후 2등급에 준하는 성적서가 나오지 않았다.

결국 당초 납품하기로 한 제품의 조달청 등재된 제품과 외관상 누가봐도 상이한 제품을 납품해 이에 대한 품질검사 성적서를 발급받았다는 것.

초기납품된 현장의 제품은 조달청 제품 이미지와 동일하나,  재납품된 제품의 경우 표면의 골재가 질감이 다른게 확연히 차이가 나고 있다.

통상 사용하는 제품은 표층의 미려함을 위해 잔골재를 사용하나 문제 된 제품의 경우 육안으로 보아도 거친 느낌의 굵은 골재를 사용한 것.

또한 통상 사용하는 투수블록 제품의 경우 상하부 층의 구분이 확실하나, 문제 제품은 상하부의 구분이 모호하게 되어 있다.

이는 이번 제안 공고시 투수계수를 맞추기 위해 굵은 골재로 임시방편용으로 만들어 납품한 것으로 보인다.
 

                                          ▷ 당초 납품할 제품 사진

                                  ▷품질성적서에 첨부된 제품 사진

이렇게 당초 납품 되어야 할 제품이 아닌 유사한 제품을 만들어 품질검사 성적서를 받아 납품하는 일이 전국 현장에 빈번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웃지못할 해프닝이 발생된 데에는 현재 블록 제품에 대한 품질검사 성적서 발급 시스템에서 비롯되고 있다.

지난 2021년부터 올해에 걸쳐 1.2등급 기준에 해당하는 품질검사 성적서가 대거 발급되고 있다.

건설사업정보시스템(https://www.calspia.go.kr)에서 집계한 투수블록 성적서 현황에 따르면 지난 21년 이전에는 유명무실할 정도로 미미하게 발행되던 품질검사 성적서가 21년 들어 1등급 성적서가 44건, 2등급이 135건이 발행됐다. 2022년 4월 기준으로 1등급이 24건, 2등급이 35건 발행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1,2등급의 품질검사 성적서가 대거 발급되고 있는 것은 생태면적률에 따라 가중치가 높은 1,2등급의 투수블록에 대한 건설현장에서의 수요가 폭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3~4년부터 환경영향평가에서의 생태면적률에 대한 지침이 강화되고 이에따른 설계가 진행된 결과, 지난해부터 각종 건설현장에서 1,2등급 투수블록의 구매 요청이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각 건설현장에서 1,2등급 제품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해당 품질검사 성적서를 필수적으로 요구해 실제 1,2등급 기준에 맞지 않는 제품의 성적서가 1,2등급으로 둔갑해 나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1등급 성적서를 통해 납품된 경기도 광주 G사의 건설현장에서 투수블록에 대한 투수능력 테스트 결과 납품한지 얼마 안된 현장임에도 도저히 1등급 투수블록이라고 할수 없는 수준 의 투수성능을 보이고 있다.

한 투수블록 시공 전문가는 “1등급 투수블록의 경우 물만 부어봐도 투수성능을 알수 있다”며 “이 정도의 투수성능 제품에 대해 1등급 품질검사 성적서 발급은 전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은 경기도 광주에 그치지 않고 전국의 많은 현장에서 이같은 일이 버젓이 진행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인천의 한 현장에 1등급 성적서로 투수블록을 납품한 한 제조업체 사장은 “이 1등급 성적서가 어떻게 발행된지 전혀 모르고 있다”며 “시공사와 감리단, 그리고 납품을 주도한 조경업체 등이 품질검사 대행기관을 통해 관련 1등급 성적서를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 법규에 따르면 현장에서 감리단을 통해 현장에 반입된 블록중 랜덤(무작위 추출)으로 블록을 채취해 밀봉한 후 공인된 시험기관에 보내 품질검사 성적서를 발급받는 것으로 되어 있어 블록 제조업체가 성적서 발급과정에 관여할 부분이 전혀 없다.

그러나 실제 상황은 전혀 다르다.

수억원에 해당하는 블록을 납품하는 업체의 입장에서 납품후 1,2등급의 품질검사 성적서가 나오지 않을 경우 재시공 할 수도 있으며 그럴 경우 폐기물처리, 손해배상책임, 지체상금 등 그에 대한 리스크가 워낙 크기 때문에 품질검사 성적서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대부분 생태면적률이 적용된 건설현장에서 설계당시의 상황을 제대로 모르는 상황에서 공사를 수주해 일을 진행하다가 시간이 가면서 생태면적률과 1,2 등급의 투수블록에 대한 내용을 파악하게 되면서 기존 관행대로 저가로 1,2 등급이 나오지 않는 제품을 구매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품질검사 성적서를 위법한 방법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라는 지적을 했다.

더욱이 이런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는 것은 블록업체를 실제 납품받는 시공사에 커다란 책임이 있다는 것.

1, 2등급의 투수블록의 경우 제품 생산과정에서 품질 좋은 골재와 철저한 양생 등 원가 상승요인이 분명히 있어 적정한 가격(㎡당 2만원대)을 받아야 납품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공사들은 1,2 등급 투수블록에 대한 정확한 가격분석을 하지 않고 기존 관행대로 과거 납품가격(㎡당 1만원대)을 기준으로 1,2등급 투수블록을 구매하고 있다.

이 때문에 평소 거래하던 업체를 통해 1,2등급 외 제품을 낮은 가격으로 구매하면서 1, 2등급의 품질검사 성적서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다 보니 시공사, 감리단 그리고 납품업체 모두가 관련되어 품질검사 전문기관을 통해 실제 납품 받은 제품보다 등급이 높은 품질검사 성적서를 위법하게 만들어 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천안 소재의 한 품질검사 전문기관은 지난해와 올해 들어 수백건의 1, 2등급 성적서를 발급해 준 것으로 나오고 있으나 해당 제품업체들은 스스로 1, 2 등급 제품 생산이 어렵다고 인정하고 있는 실정으로 이에 대한 철저한 조사도 요구되고 있다.

생태면적률 강화 방침에 따라 엉뚱하게 품질검사 전문기관이 특수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같은 품질검사 성적서를 편법으로 발급 받아 공사를 진행한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입주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해마다 봄이 되면 동결융해에 약한 저질의 투수블록이 깨지고 주저앉아 입주민들의 불만과 원성이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송여산 기자  soc@c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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