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만 텔레스코프 파일이 설치된 모습을 봐서는 그 진가를 알 수 없다.

수면 위로 드러난 텔레스코프 파일의 외양은 다른 파일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모습. 기존 마리나 시설에 설치된 파일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스틸 재질로 제작된 점부터 둥근 기둥 형태로 부유물(浮游物)을 고정하는 역할까지 거의 동일하다.

비밀의 열쇠는 수면 아래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있다.

암반이나 해저면에 고정되는 것까진 일반 파일과 같지만 파일의 길이가 수위 변화에 따라 함께 변하는 신기술이 그 비밀. 해저면에 고정시킨 대구경 파일 안쪽에 소구경 파일을 삽입해 부력을 갖는 2단 파일을 만들어 낸 것이 그 열쇠다. 바로 (주)신화마린의 텔레스코프 파일(정식 명칭 telescopic-pile)이다.

일반적으로 수면에 고정물을 설치할 경우 파일의 길이가 최대한의 수위 변화보다 길어야 하기 때문에 한강이나 서해안의 경우 12m에서 14m정도 파일을 외부로 노출 시켜야만 수면의 물체를 고정 시킬 수가 있다. 이 경우 파일에 시야가 가려지는 단점이 있으며 고정된 만큼 따개비 등이 붙어도 인위적으로 제거하지 않는 한 방치되기 십상이다.

텔레스코프 파일은 항상 같은 높이를 유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상하운동을 하기 때문에 파일이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다. 특히 서해안처럼 조수간만이 아주 심한 경우나 한강처럼 일시적으로 수위변화가 아주 심한 곳에서 그 능력의 최대치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지난해 6월 ‘여의도 마리나’에 텔레스코프 파일을 설치한 후 7·8월에 유난히 많은 비가 내렸지만 8월 15일과 9월 11일에 확인한 결과 한강 홍수 시에도 정상 수위일 때와 변함없이 수면 위 2.5m의 높이를 유지했다는 게 신화마린 김화연 대표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기술을 몸소 겪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약간의 힘을 들여 둥글게 돌려보거나 줄을 달아 직접 매달려보면 텔레스코프 파일은 무리 없이 돌아가고 서서히 가라앉는 것을 체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직까지 국내 마리나 시설은 부산 수영만 마리나, 통영 금호리조트, 경기도 전곡항 마리나를 비롯해 육상계류장만 갖춘 곳을 합쳐도 총 5개소에 불과하다. 일본 570개소와 비교해 매우 열악한 실정”이라며 “국토부 등 정부차원의 마리나 조성을 통한 해양 관광 및 스포츠 활성화를 위한 계획이 좀 더 실질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텔레스코프 파일이 설치된 여의도 마리너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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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폰툰(Ponton) - 바닥이 평평한 상자형 부유 구조물. 일반적으로 마리나 시설의 경우 배와 물을 잇는 승하차장 역할을 한다.

김학형 기자  khh@c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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