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교량거더시장이 ‘돈놓고 돈먹기’ 양상을 띠는등 갈수록 혼탁해지고 있어 특단의 조치가 요구되고 있다.

교량거더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여년전부터 삼표이앤씨의 프리플렉스 합성거더를 시작으로 IPC거더등 특허와 신기술을 무기로 영업활동을 해 온 거더시장이 지금은 무려 40여개 업체와 기술등이 거더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

‘대박신화’를 꿈꾸며 거더시장에 새로이 진출하는 업체가 매년 늘어나면서 학연, 지연등을 동원한 설계영업이 갈수록 치열해 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상당수의 엔지니어링업체가 발주처와 거더업체와의 중간고리 역할을 하면서 새로운 권력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설계 반영해주는 조건으로 금품을 요구하거나 다양한 요구조건을 제시하는 것은 이미 약과에 불과하다.

경기도 관내의 S엔지니어링사의 경우는 아예 세금계산서까지 발행해 주고 있다는 것.

이 업체는 설계에 반영하면서 거더업체가 시공시에 공사금액의 몇%를 지급한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맺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과거 개인적으로 치부하던 것을 이제는 회사차원에서 공공연히 새로운 수익창구로 삼는 비리도 서슴치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S엔지니어링업체는 거더업체와 특허를 공유하는 방법을 이용해 시공상의 수익을 교며히 배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엔지니어링업체 관계자가 각종 공법과 자재를 설계에 반영해 주는 댓가로 과분한 대접과 뒷돈을 챙기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바 있지만 최근들어 거더시장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양상은 그 수위가 심각한 상태에 달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부산시에서 발주한 교량공사를 둘러싸고 지난해 부산시 공무원들, 현장소장들, 모 연구원 본부장 등이 무더기로 구속수감되는 불미스런 일을 되새겨봐야 할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엔지니어링업체의 용역 수행 행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PSC거더를 개발해 도로공사에 설계반영하려 한 B사의 이모사장은 “발주처로부터 설계 용역비를 받은 엔지니어링사들이 거더를 설계에 반영할 경우 이와 관련된 모든 설계비용을 거더업체에게 부담시키고 있어 설계반영시 엔지니어링사에게 지급해야 할 비용과 함께 이중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특정공법을 설계에 반영시키면서 일정수입을 챙기는 것과 함께 설계비용의 일부를 거더업체에게 부담시켜 용역비를 남기게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엔지니어링사가 본연의 임무인 적정한 설계수행보다는 ‘돈벌기’에만 혈안인 것으로 비춰지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몇몇 거더업체가 이런 분위기를 확산시키는데 그 심각성를 더해 가고 있다.

이미 거더시장에 잽싸게 진입해 톡톡히 재미를 본 몇몇 거더업체가 그동안의 수익을 기반으로 물량 공세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들 업체들은 발주처는 물론 엔지니어링사에 전방위 로비와 이익배분약속등을 통해 거더시장의 혼탁을 가속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는 기술을 기반으로 한 토목산업특성상 엔지니어마인드보다는 영업만 잘하면 된다는 일명 '장돌뱅이 마인드'가 토목시장을 점차 장악해 가고 있는 것으로 보여 안타까움을 더해가고 있다.

더욱이 거더를 대거 발주하고 있는 도로공사나 철도시설공단 그리고 지방국토관리청에서 객관적인 선정기준과 선정절차의 투명화를 유도하려는 노력보다는 이런 상황을 다소 즐기는 듯한 행태를 보이고 있어 당분간 이 문제의 해결은 요원한 것으로 보인다.

모 발주처는 아예 공사구간별로 영업력이 탁월한 거더업체와 새로이 윗선을 타고 내려 온 거더업체들을 ‘아주 균형있게’ 배분하는 것으로 업체들의 입막음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 거더업계의 뒷말이다.

한편,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의 모 의원실에서는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 금년 국정감사에서 발주처별로 집중적으로 파헤쳐 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인천대교 거더 시공 모습.(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 없음)

송여산 기자  shs@c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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