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턴키 제도 대대적 수술 불가피출혈경쟁 저가낙찰 속출…제도 무용론 대두
박찬균 기자 | 승인 2011.10.18 10:49

턴키공사의 저가 입찰이 잇따르고 있어 제도운용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과 함께 턴키제도 무용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지적은 공사규모나 특성에 따른 기술력이나 설계의 우수성으로 낙찰자가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입찰가격에 의해 시공사가 결정되는 문제점의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초 경기도건설본부가 발주한 곤지암천?신천 수해복구공사의 경우 예정가(280억4500만원)의 45%에 남양건설(주)에게 돌아갔다. 당초 설계 심의에서 선두를 달렸던 두산건설은 가격경쟁에서 밀려 고배를 들었다.

이러한 결과를 두고 업계에서는 덤핑수주가 도를 넘어 이제는 한계점에 도달 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수해복구 공사 발주를 워크아웃중인 업체가 터무니없는 저가에 수주함에 따라 턴키제도의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번 공사를 발주한 경기도 건설본부 하천관리팀 이흥우 팀장은 “턴키제도 규정을 위반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낙찰 결과를 뒤집을 수 없는 만큼 철저한 감리로 부실공사를 막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제는 이러한 건설사들의 저가수주 경쟁이 최근 들어 비일비재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대형사간 올해 마지막 토목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공사 수주 전으로 관심을 모은 수도권고속철도(수서~평택) 건설공사가 60%대의 저가낙찰로 GS건설과 현대산업개발에 돌아갔다. 이 공사 9공구에서 저가 낙찰이 발생하면서 최근 지하철 건설공사에 이어 대형사들의 턴키 저가 수주가 반복됐다.

GS건설 컨소시엄은 종합평가 결과 총 95.44점을 획득해 경쟁사인 현대건설 컨소시엄(91.48점)을 제치고 이 공사를 수주했다. 하지만 GS건설 컨소시엄은 이 공사를 설계금액 대비 65.4%인 1576억5970만원에 따냈다.

특히 이 공사의 설계심의에서 GS건설 팀은 92.4점을 받아 수위를 차지했는데도 저가 전략을 구사해 최근 대형사들의 저가 수주 대열에 합류했다.

이에 앞서 대우건설은 부산도시철도 1호선 연장(다대구간) 6공구 건설공사를 추정금액 대비 68.72%에, 대림산업은 서울지하철 9호선 3단계 923공구 건설공사를 예산액 대비 63.78%에 각각 수주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건설공사 물량난 속에 발주기관이 설계에 비해 가격비중이 높은 가중치기준 방식을 적용해 덤핑 수주를 부채질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포스코건설이 대형공사 최저가 낙찰률을 갈아 치우며 턴키방식의 여수국가산업단지 진입도로 마동 IC 개설공사를 따냈다. 포스코건설 컨소시엄은 추정금액 대비 53.1%인 427억195만8000원에 이 공사를 따냈다.

이 같은 낙찰률은 지난해 7월 삼부토건이 단양수중보 건설공사에서 기록한 대형공사 최저가 낙찰률 53.32%보다 0.2% 낮은 것으로 지난해 대형(턴키·대안)공사에서 가장 낮은 낙찰률을 기록하게 됐다.

이밖에도 4대강 살리기 사업 2차 턴키 공사에서도 낙찰률이 크게 떨어지면서 부실공사 우려를 낳기도 했다.

한국수자원공사가 2009년 말 발주한 4대강 사업 2차 턴키 공사 5개 공구 중 낙동강 25공구와 낙동강 31공구, 금강 5공구 등 3개 공구의 낙찰률이 예정가격 대비 50%대에 그친 바 있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턴키공사에서도 출혈경쟁을 하는 것은 실적 쌓기와 유휴인력 및 장비 운영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저가수주한 업계 관계자는 “무리한 수주라는 비판이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종합적으로 판단해 참여한 것”이라며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지만 한꺼번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매년 순차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감당할 수 있고, 다른 관공사와 민간공사 수익을 적정하게 배분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속출하고 있는 저가입찰에 대한 부실공사 우려가 높아지면서 대대적인 제도자체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턴키제도’로 알려진 설계·시공 일괄입찰제도는 건설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 1975년 도입됐다. 일괄입찰방식은 2010년 공공공사 수주금액의 26%를 차지할 정도로 주요 발주 방식으로 자리 잡았으며, 주로 굵직한 사업들이 일괄입찰공사로 결정되기 때문에 턴키사업 하나하나가 건설시장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그만큼 턴키제도는 건설 산업 전체에 수주금액 비중을 뛰어넘는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러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일괄입찰제도는 우리나라 건설 산업이 발전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국내 건설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데 일조했고, 업체의 해외시장에 대한 적응력을 키우는 데도 밑받침이 됐다.

그러나 올해로 도입 37년째를 맞고 있는 일괄입찰제도가 부작용이 커지면서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커지고 있다. 특히 설계 심의의 투명성ㆍ공정성에 대한 불신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동안 정부는 공정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턴키제도를 정비해 왔고 2009년에는 ‘건설 산업 선진화’의 일환으로 대대적으로 제도를 개선했으나 아직까지 공정성 시비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또한 높은 입찰비용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지나치게 과열된 경쟁은 공정성을 저해하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업체 간 담합 논란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문제다. 실제로 많은 턴키 입찰에서 가격 순위 1, 2위 업체 간 가격 차이가 너무 작아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돼 왔으며,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담합 행위를 적발해 과징금을 부과한 사례 빈발하고 있다.

이러한 턴키 제도의 역기능은 턴키방식이 꼭 필요하지도 않은 사업에서도 턴키방식으로  발주되면서 제도모순을 확대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대형 업체의 사업 참여를 바라는 발주기관과 턴키 사업 수주가 수익성이 있다고 보는 업체의 입장이 맞아떨어지면서 턴키 발주가 무분별하게 이루어지는 측면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이 계속해서 지적되면서 턴키제도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고난이도 복합공사에 대한 발주소요나 이 제도가 기술발전 등 건설 산업에 기여한 부분, 해외시장 진출에 필요한 디딤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한다면 제도는 유지하되 이를 보완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박찬균 기자  allope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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