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C등급을 받은 삼환기업이 워크아웃 계획을 접고 법정관리(회생절차)행으로 급선회하면서 협력업체 등 상거래채권자의 피해가 우려된다.

이를 계기로 채권단의 대기업 신용위험 평가 및 워크아웃 제도가 기업 정상화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기업 환경을 되레 악화시킨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4부는 16일 회생절차를 신청한 삼환기업에 보전처분 및 포괄적 금지명령을 발령했다. 시공능력평가 29위인 삼환기업의 법정관리가 개시되면 협력업체에 미치는 파장이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 금융기관의 채권만 유예되는 워크아웃과 달리 법정관리의 경우 협력업체의 상거래채권 등도 채무 유예와 탕감 대상이다.

삼환기업이 금융당국이 유도한 워크아웃을 포기하고 법정관리행을 선택한 것은 현행 워크아웃 제도에 대한 건설사의 기피와 불신이 극에 달했음을 보여준다.

금융감독원과 채권은행은 지난 6일 대기업 신용위험평가를 거쳐 삼환기업을 C등급으로 평가하고, 워크아웃을 통해 조기 경영정상화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금융당국의 말과 달리 워크아웃을 통해 경영 정상화된 사례는 거의 없다는 점이다. 풍림산업과 우림건설 벽산건설 등 장기간 워크아웃에 들어간 건설사는 결국 채권단의 자금 지원 중단이나 거부로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법정관리 전 단계로 변질된 워크아웃을 거칠 바에야 기존 대주주가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고, 빠르면 6개월 만에 졸업할 수 있는 법정관리행이 낫다는 풍토가 조성된 것이다.

실제 워크아웃을 통한 채권단 자금지원이 쉽지 않음을 삼환기업 사례에도 또 다시 보여줬다.

우선 채권단 자금지원이 필요할 때 원활히 이뤄지지 못했다. 삼환기업 관계자는 “이번주 돌아오는 어음 결제대금 70억원을 갚을 여력이 안된다”면서 “법정관리 신청은 부도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은 오는 19일 채권단 회의를 소집하고 자금 지원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어서 그 이전 자금 공백기에 대응이 미숙했다는 평가다.

여기에다 신규자금 지원 비율을 놓고 채권은행간 책임 기피는 여전하다. 자금 지원의 ‘총대’를 메야하는 주채권은행을 맡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신용위험 평가 결과 1주일을 앞두고 삼환기업 주채권은행이 신한은행에서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으로 바뀌었다. 은행연합회 전산 기준 최다 채권자는 수은이지만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B2B대출)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를 합친 채권 최다자는 신한은행이다.

업계는 금감원이 워크아웃을 통해 무리하게 구조조정을 진행해려다 오히려 사태가 악화됐다고 지적한다. 삼환기업 관계자는 “자산유동화와 보유 부동산 매각을 통해 현금을 마련하려던 계획이 일방적 구조조정 발표로 틀어졌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채권단은 삼환기업에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채권단 관계자는“긴급 신규자금을 조속히 투입하는게 채권단에 큰 부담인데도 회사에선 아무런 양보가 없었다. 회사 자체 자금 조달 계획이 전혀없이 일방적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은행에 통보했다”고  전했다.

송여산 기자  shs@c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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