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방검찰청은 4월2일 건설 및 산업현장의 안전관련 인증권한을 가지고 있는 "A"협회 회장과 임원들을 뇌물수수 등의 협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특히 "A"협회는 가설재 시공의 안전성 확보를 목적으로 설립되어 고용노동부로부터 가설재 등의 안전인증 업무를 위탁받은 비영리 사단법인이고, 그 임직원은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하여 공무원으로 의제되는 등 고도의 청렴성이 요구되는 조직이어서 충격이 더욱 크다.

  지난 2월에 '산업안전 중점 검찰청'으로 선정된 울산지방검찰청은 최근 잇달아 발생하는 비계 등 가설재의 부실로 인한 사망사고를 예방하기 위하여 관련 업체 및 기관의 불법개입 개연성이 매우 높다는 판단 하에 본격 수사에 착수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결과 이 협회의 상당 수의 임원이 노동부 또는 노동부 산하의 한국산업안전공단 출신인 것으로 밝혀졌다. 회장 "B"씨(62)는 전 서울지방노동청장 및 중앙노동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내는 등 고용노동부 출신이고, 이사 "C"씨(63세)는 전 서울관악노동지청 산업안전과장으로 5급 사무관출신이며, 사무국장 "D"씨(52세)도 한국산업안전공단 과장, 전 시험연구소장 "E"씨(64세)도 한국산업안전공단 실장 1급출신인 것으로 밝혀졌다.

  산업안전공단은 산업현장에서 근로자의 안전에 대한 안전인증 또는 안전검사를 하는 노동부 산하 준정부기관이고, "A"협회는 비계 등의 안전시설을 만들거나 설치하는 업체의 자재에 대한 안전검사의 권한을 위임받은 가설자재업체들의 모임이다. 자재업체가 현장에 설치한 최종 안전시설을 산업안전공단으로부터 승인받게 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자재업체가 왜 안전공단 출신 협회 임원들에게 뇌물을 주었는지 알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이 협회는 한국전력 산하 발전5사에서 의뢰한 ‘시스템비계 국산화 개발’연구과제의 연구개발비 15억 7천만원원 중 4억 5천여만원을 임의로 소비하여 횡령한 협의도 받고 있다.

▲ 2012년 충남 보령화력발전소 보일러 정비공사중 47m높이의 시스템비계가 붕괴되면서 3명이 사망하고 14명이 중경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림=안전보건공단>

  이 연구는 2012년 3월 충남 보령화력발전소에서 작업하던 작업자 17명이 추락하여 3명이 사망하고 14명이 중경상을 입는 사고를 계기로 안전성이 우수한 국산 시스템비계를 개발하기 위하여 발전 5사가 공동으로 이 협회에 발주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협회 임직원들이 연구비를 횡령하여 부실 연구가 되어 시제품이 테스트에 불합격하였고, 새로운 업체에 연구를 다시 맡기게 됨으로써 시스템비계 국산화과제가 지연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또한 이 협회가 건설안전진단기관으로 선정되기 위한 필수 요건을 채우기 위해서 기술사 2명으로부터 자격증을 대여받아 자격이 없는 직원이 안전 업무를 수행하여 국민의 안전이 위협받는 결과를 초래하였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번 사건의 소식을 접한 업계의 구조기술사 "A"씨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다"라면서 "협회 및 협회 회원사들의 이익을 위해서 협회가 관출신들을 영입하고 회원사로부터 뇌물을 받는 전형적인 적폐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자격증을 대여한 기술사들 소식을 접할 때마다 같은 기술사로서 창피함을 느낀다"면서 "기술사들은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들인 만큼 높은 윤리의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용어설명:
시스템비계 : 주로 화력발전소 등에서 쓰는데, 대형 보일러 벽체의 상태 점검과 손상 보수를 할 때 기술자들을 보일러 벽체에 접근할 수 있게 해준다.

@토목신문 이석종 기자

이석종 기자  dollj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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