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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찻길 옆에 있는 민박집, 이런 멋도 있었다[18일간의 미국서부 일주 ⑩] 바다 경치가 아름다운 샌프란시스코와 몬터레이
임은경 | 승인 2016.03.23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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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이트 타워(Coit Tower)에서 내려다본 샌프란시스코 부두와 베이 브리지(Bay Bridge)

요세미티에서 나와서 원래 숙박하려고 했던 지인의 집은 사정이 생겨 갈 수가 없게 되었다. 인터넷을 검색해 샌프란시스코에서 가까운 피놀(Pinole)이라는 곳에 적당한 숙소를 발견했다. 바다가 보이는 민박집이라. 서쪽으로 차를 몰아 다행히 해가 지기 전에 숙소에 도착했다. 샌프란시스코 만 북쪽에 위치한 이곳은 과연 설명대로 바다가 바로 앞에 있는 이층집이었다.

연두색으로 칠한 벽이며 외관은 예쁘게 생겼는데 벽을 두드려보니 나무로 된 판잣집이다. 캘리포니아는 지진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웬만한 집은 다 이렇게 목재로 짓는다고 한다. 우리 말고도 옆방에 헝가리 커플이 민박을 하고 있고, 집주인은 사업차 LA에 출장을 가고 없었다. 동네에 들어오다가 본 중식당에 가서 새우 요리와 볶음밥으로 저녁을 먹었다.

피놀의 민박은 2박에 74달러 정도로 저렴한 숙소인데 의외로 내부가 넓고 인테리어도 깔끔하다. 문에 우리 이름이 쓰여 있는 방에 들어가니 침대 맡에 500ml 생수 두 병과 CVS에서 사온 파란 실리콘 귀마개가 잔뜩 들어있는 작은 비닐봉지가 놓여 있었다. 귀마개의 용도는 밤에 잠을 자다가 알게 되었다. 집이 좋은데 왜 숙박료가 저렴한지도.

이 집은 바로 옆에 화물 열차가 지나가는 '기찻길 옆 오막살이'였다. 새벽에 엄청난 소리가 들려서 화들짝 잠을 깼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바로 다시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꿈을 꾼 것인가 싶었다. 기차의 굉음보다 내 몸의 피로가 더 셌던 것이다.

9월 15일 화요일. 이불을 걷고 일어나 집 구경을 했다. 아래층은 거실과 부엌, 위층엔 집주인의 방을 포함해 네 개의 침실과 공동 욕실. 벽난로 앞에 포켓볼 당구대가 있는 거실은 공간이 넓고 볕이 잘 들어 환하다. 어제는 구름이 끼고 날씨가 우중충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온 하늘이 구름 한 점 없이 파랗게 빛나고 있다. 2층 테라스에서 바다를 촬영한 사진이 깨끗하게 나왔다. 테라스에 있는 해먹에 누워서 잠시 햇볕을 즐겼다.

오클랜드 항구로 수출 농산물 실어 나르는 화물열차

사진을 찍다 마침 기차가 지나가기에 촬영했는데, 기찻길이 집과 너무 가까이 있어서 기차의 모습이 나오지 않았다. 이 기차는 캘리포니아 곡창지대 한복판에 위치한 동쪽의 스톡턴(Stockton)에서 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전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들은 스톡턴으로 집하되어 기차를 타고 서부의 해안지대로 실려 온다. 그리고 오클랜드에서 배로 갈아탄 후 전 세계로 수출된다. 우리나라로 오는 캘리포니아 오렌지와 칼로스 쌀도 이 오클랜드 항구에서 선적되는 것이다.

뒷마당에 나가 보니 빨강, 노랑, 주황색 토마토가 잔뜩 자라는 텃밭과 노란 닭 두 마리가 사는 예쁘장한 닭장이 있다. 민박객들에게 갓 낳은 신선한 유정란을 제공하는 고마운 닭들이다. 터질 듯 알이 탱탱한 토마토들을 수확해서 거실에 있는 키친테이블에서 아침식사를 했다. 텃밭의 토마토는 마음껏 따먹어도 된다는 집주인의 허락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날 남은 볶음밥과 마트에서 사온 빵과 와인, 어제 오는 길에 농부의 밭에서 사온 딸기도 곁들였다. 집주인이 없으니 집 전체가 우리 것인 듯 자유로웠다. 부엌에 있는 커피메이커에 커피도 내려서 헝가리 커플과 나눠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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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된 나무와 고풍스런 건물이 조화를 이룬 UC 버클리 캠퍼스
 

 

아침식사 후 샌프란시스코로 출발. 가는 길에 있는 버클리에 먼저 들러서 UC 버클리 캠퍼스를 둘러봤다. 미국 최고의 공립대학이자 세계적인 연구중심 명문대인 UC 버클리는 1960년대 반전운동의 중심이었고 히피 문화의 성지이기도 하다. 1868년에 지어진 캠퍼스는 하늘을 찌를 듯 커다란 나무들이 숲을 이룬 아름다운 곳이었다. 나무숲 사이사이로 로마의 신전 같은 우아한 건물들이 들어선 캠퍼스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다.

캠퍼스 내에는 교수와 학생 외에는 주차할 수 없다고 해서 학교 앞 길가에 있는 주차 기계에 동전을 넣고 차를 세웠다. 1달러를 넣으니 20여 분이 찍힌 티켓이 나온다. 신학기가 막 시작된 캠퍼스는 바삐 움직이는 학생들로 가득했다. 백인보다는 동양인이 훨씬 많았고, 흑인도 꽤 있었다. 그 잠시 동안 우리가 주고받는 한국말을 듣고 돌아보는 학생이 두 명이나 되었다.(한국말을 알아들으니까 돌아보는 것이었겠지.) 도서관, 학생회관, 생활과학관 건물 등을 잠깐 돌아보고 나왔다.

20분 동안 한국말 알아듣는 학생 두 명

오클랜드 쪽에서 트레저 아일랜드를 거쳐 바다 위로 놓인 길이 14km의 베이 브리지(Bay Bridge)를 건너서 샌프란시스코로 들어갔다. 교통 정체가 어찌나 심한지 다리를 지나는 데만 40분 이상이 걸렸다. 다리를 통과할 때 4달러의 통행료를 냈는데, 출퇴근 시간에는 6달러를 받는다고 한다. 일종의 교통 혼잡세인 셈이다.

샌프란시스코는 도시 면적이 좁아서 일부 다운타운을 제외하고는 가파른 경사로가 대부분이다. 경사로에 S자 모양으로 길이 난 유명한 롬바드 꽃길도 이런 독특한 지형 덕분에 생긴 것이다. 어떤 길은 족히 45도 가까이 될 듯 경사가 심해서 차를 운전하기가 꽤 힘들었다. 그 좁은 언덕길에 그림처럼 예쁜 유럽풍 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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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샌프란시스코 롬바드(Lombard) 꽃길
 

 

북미 중국계 이민자들의 본산이자 '작은 중국'이라 불리는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을 한 바퀴 돌고 롬바드 꽃길을 거쳐 도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코이트 타워(Coit Tower)에 올라갔다. 코이트 타워가 있는 텔레그래프 언덕은 과거에 태평양에서 들어오는 배가 골든게이트해협을 지날 때 어떤 선박이 들어오는지를 이곳에서 깃발과 수신호로 알려준 데서 이름 붙여진 곳이다. 사진을 찍고 근처 어시장 '피셔맨스 워프(Fisherman's Wharf)'로 내려갔다.

이탈리아계 어부들의 선착장에서 비롯된 피셔맨스 워프는 바닷가에 면한 해산물 레스토랑들과 부둣가 산책로로 이름난 관광지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게 요리를 파는 식당에 들어가 차가운 꽃게와 클램차우더 수프로 점심을 먹었다. 한국의 꽃게보다 크기가 훨씬 큰 게 한 마리가 먹기 좋게 절단되어 나왔는데, 싱싱한 속살이 꽉 차 있었다. 레몬즙과 올리브오일을 섞은 소스에 찍어 먹으니 맛이 감미롭고 부드러웠다.
 

레스토랑 식사로 받은 두 시간 무료 주차권을 알차게 쓰기 위해 'Pier39' 쇼핑몰 앞에 있는 바다사자를 보러 갔다. 이곳은 나무로 만든 요트 선착장인데, 1980년대부터 바다사자들이 올라와 휴식을 취하는 바람에 일약 명소가 되었다. 긴 나무 데크를 걸어 선착장 끝까지 가니 과연 백여 마리쯤 되는 바다사자가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나무 선착장의 좁은 공간 위로 저희들끼리 몸을 포개고 또 포개면서도 불편한 기색 하나 없이 느긋하기만 하다. 그러다 다른 놈에게 밀려 바다로 떨어지면 유유히 물장구를 치다가 도로 올라가 남의 몸뚱이 사이로 다시 비집고 들어간다. 덩치 큰 바다사자 틈바구니에 물개 몇 마리도 끼여 있다. 이들과 손닿을 듯 가까운 난간에는 바다사자와 비슷한 숫자의 사람들이 몰려서서 그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면적이 좁고 경사가 가파른 샌프란시스코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알카트라즈(Alcatraz) 섬이 보인다. 영화 <더 록>의 배경이 되었던 이 작은 섬은 예전에 연방 주정부의 형무소가 있었던 곳이다. 섬 근처를 흐르는 빠른 조류와 차가운 수온 때문에 한 번 들어가면 절대 나올 수 없어 '악마의 섬'으로 불렸단다. 백여 개의 상가 건물 전체가 목조로 꾸며진 Pier39 쇼핑몰을 지나 부둣가를 걸었다.

관광지엔 거리의 악사들이 빠지지 않는다. 발로 치는 드럼과 손으로 연주하는 기타에 노래까지 곁들인 1인 밴드도 있고, CD 반주에 맞춰 팬파이프로 안데스 음악을 연주하는 중남미 음악가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제일 즐거운 것은 역시 루이 암스트롱의 재즈를 연주하는 흑인 할아버지의 푸근한 미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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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7년 개통된 후 샌프란시스코의 상징물이 된 금문교(Golden Gate Bridge)
 

 

오후엔 도시 안에 있는 단일 공원으로는 최대 규모라는 골든게이트 공원을 둘러보고 금문교를 건넜다. 관광객들이 금문교 사진을 찍는 전망대(vista point)에 서니 샌프란시스코가 한눈에 들어왔다. 다리를 건너자 그림 같은 경치로 유명한 소살리토다. 바다를 내려다보는 언덕에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집안의 예쁜 집들이 빽빽하고, 바로 앞 선착장엔 수백 척의 요트와 수상비행기까지 있다.

하지만 이날 오후에 짙게 깔린 구름 때문에 날씨가 좋지 않아 경치가 썩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저녁 식사 약속까지 시간이 남아서 북쪽의 나파 밸리까지 가보았다. 가도 가도 끝없이 펼쳐진 포도밭을 한 시간 가량 구경하고 오클랜드로 내려와 한식당 '오가네'에서 지인들과 저녁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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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문교 북단의 전망대에서 바라본 샌프란시스코 전경
 

 

9월 16일 수요일. 오늘은 남쪽으로 내려가는 날이다. 볼일을 보러 산호세(San Jose)에 들렀다가 몬터레이(Monterey)로 내려가 바닷가 경치가 좋다는 '17마일 드라이브'를 돌아보고 LA 가는 길에 있는 피스모비치(Pismo Beach)의 친척 댁에서 묵을 예정이다. 기찻길 옆 오막살이와 작별을 하고 산호세로 출발했다.

삼십년 넘게 한자리에서 해왔다는 산호세의 킹스 에그롤(King's Eggroll)에서 점심을 먹었다. 어머니와 딸로 보이는 베트남계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이다. 에그롤 두 개와 스윗 앤 사워(sweet & sour), 치킨 오렌지와 볶음밥을 맛있게 먹었다. 한 개에 1달러도 안 하는 에그롤은 양배추가 듬뿍 들어있어 달콤하고 껍질은 과자처럼 바삭해 나중에도 자꾸 생각이 났다.

행정구역상 산호세가 속해 있는 산타 클라라 카운티 오피스(Santa Clara County Office)에 들러 필요한 서류를 떼고 산호세 주립대학(San Jose State University) 캠퍼스와 산호세 코리아타운을 둘러봤다. '갤러리아 마켓', '로렌스 대중 사우나'. 외국에서 보는 한국어 간판은 왜 그리도 신기한지. 슈퍼마켓 앞에는 <미주 한국일보>와 <중앙일보>를 파는 무인가판대가 놓여있었다.

실리콘밸리의 중심 도시 산호세

산호세는 인구가 100만 명이나 되는 대도시로 샌프란시스코보다 규모가 크지만 우리에게는 별로 알려져 있지 않다. 어도비(Adobe), 이베이(E-bay), HP 등 유명 IT 기업들이 모여 있는 이곳은 실리콘밸리의 중심도시다. 하지만 사람들은 산호세보다는 '실리콘밸리'를 더 잘 기억한다.

마늘 재배로 유명한 길로이를 지나 늦은 오후에 몬터레이에 도착했다. 17마일 드라이브로 진입하는 길목은 관광지다운 느긋한 분위기가 흐른다. 어시장, 호텔, 쇼핑몰과 모자를 쓰고 산책하는 사람들. 10달러의 입장료를 내고 드라이브에 진입했다. 이곳은 둥근 반도 지형인데 해안을 따라 관광 도로가 나 있고, 모래가 눈처럼 하얀 페블 비치(Pebble Beach)와 바닷바람을 맞아 기이하게 자란 나무들의 숲(Del Monte Forest)이 유명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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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몬터레이 17마일 드라이브 진입로의 푸른 바다
 

 

숲 안쪽은 대부분 사유지이니 주의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기막힌 바다 경치를 마주보고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그 경치 못지않은 그림 같은 저택과 골프장이 있었다. 어느 곳을 담아도 모두 한 폭의 그림이다. 태평양을 향해 바닷가의 뷰포인트에 서면 좌에서 우까지 약 270도의 시야가 모두 바다였다. 수평선이 반듯한 직선이 아니라 타원형으로 둥글다.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그곳에서 실감했다. 페블 비치에 내려 맨발로 모래를 밟으며 잠시 바닷가 산책을 했다.

땅거미가 내릴 무렵 몬터레이를 출발, 101번 고속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두 시간 반을 달려 깜깜한 밤중에 피스모비치에 도착했다. 바닷가 휴양 도시인 이곳에는 종혁씨의 사촌 누님이 살고 있다. 차로 마중을 나와 주신 누님을 따라 댁에 가서 마당 한쪽에 있는 아늑한 별채에서 여장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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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마일 드라이브 안에 있는 펠리컨 서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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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마일 드라이브의 아름다운 바다 경치를 바라보는 개인 저택

임은경  atree12fl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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