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확한 세부설계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은 파형강판을 이용한 시설물 공사로 인한 붕괴사고와 하자가 속출하고 있어 이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게 요구되고 있다.

더욱이 최근 들어 잦은 비로인한 붕괴사고가 이어지면서 빗물에 취약한 파형강판 공법에 대한 안전성 확보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면서 파형강판 구조물의 사각 적용기준 등 세부적인 설계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파형강판 암거 설계기준 미비

특히 지중 파형강판 구조물은 주변지형, 설치위치에 따라 도로의 횡단방향과 기울어져 설치될 때 일 방향(편측)으로 토압을 받기 때문에 이상변위 등 구조물의 안전성에 악영향을 끼치게 돼 가급적 사각(SKEW)을 작게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한데도 이를 준용하지 않는 등 위험요소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실제로 대전지방국토관리청에서 시행중인 진천IC~금왕 간 도로건설공사 등 8건의 공사에 설계된 파형강판 14개소는 사각이 23°~35°로 과도하게 설계돼 있음에도 단부보강 등을 하지 않은 채 6개소를 시공했고 8개소는 시공할 예정인 것으로 국토해양부 감사결과 드러났다.

이 공사의 시공사는 사각이 일정 한도를 초과할 때에는 구조물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파형강판의 절단된 단부를 보강해야 하는데도 최대 사각의 기준, 사각에 따른 보강 기준이 없는 것을 악용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공사 시행청인 대전청에서는 지침이나 하위설계기준 등 설계기준에 파형강판의 사각 기준 등이 마련되지 않아 파형강판 평면사각 기준을 해외기준, 대한토목학회(안), 한국도로공사 내부지침 등 제각각 다른 기준을 참고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에따라 국토해양부는 기술기준과를 중심으로 파형강판 구조물의 사각 적용기준등 세부적인 설계기준을 수립하도록 조치를 취했다.

방수처리 시공 부적정

이렇듯 명확한 설계기준이 없는 가운데 철저한 방수처리 등을 도외시 하는 등의 부실공사마저 이어지고 있어 파형강판의 시설공사 사용에 대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로 오동~구성 간 도로건설공사 등 3건의 공사에 설치된 파형강판 3개소는 ‘도로공사표준시방서’의 파형강판 암거 시공사항에 따르면 ‘구조물 내부로 물이 침투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강판 이음부 또는 볼트구멍 등에 대해서는 아스팔트 역청재료 도포 등 적절한 표면 방수처리를 해야 한다’고 돼 있으나 이를 무시한 채 적절한 방수처리를 하지 않아 강판이음부, 볼트 구멍, 기초 옹벽과 파형강파 접합부위 등을 통해 물이 침투돼 강판이 부식 되는 등의 하자가 발생했다.

파형강판 시설물의 위험성이 잘 증명된 사고가 지난 5월 발생한 전북 완주에서 일어난 삼례녹색통학로 붕괴 사고다. 지난 1월 준공된 삼례읍 소도읍 도로개설사업중 녹색통학로 강판터널이 지난 5월 14일 1차, 7월 10일 2차 완전히 붕괴됐다.

완주군은 강판터널 붕괴원인을 밝히기 위해 건설표준시험원과 건설안전연구원에 용역을 의뢰했다. 이들 용역기관은 지난달 29일 현장을 방문해 파형강판의 변질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훼손된 강판의 시편과 연결 볼트 너트 등을 수거한 후 강도 시험을 실시할 계획이다.

완주군은 안정성 확보를 위해 일부 구간에 대해서는 콘크리트 옹벽 설치를 심도 있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녹색통학로 파형강판교는 길이 60m, 넓이 15m, 높이 6.2m로써 <주>픽슨이 파형강판 납품 및 설치를, (유)에스제이써미트가 옹벽설치 및 토공을 실시했다.

검증 안된 방위산업분야에 무리한 적용

이렇듯 파형강판 시설물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국방부가 서북5도에 방호시설과 전방지역 탄약고를 파형강판으로 전면 교체한다고 발표 해 관계 전문가들 사이에 사업 적정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방위예산에 정통한 전문가에 따르면 국방부는 50~100억 원으로 서북도서 방호시설 100여개를 교체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한 개당 평균 5000만~1억 원의 예산이 책정된 것인데 책정된 예산을 보면 파형강판 특허업체인 P사로부터 납품만 받고 군이 시공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시공시 아주 정밀하고 정확한 품질관리가 선행되지 않으면 시공 후 하자가 발생할 우려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파형 구조체에 대해 연구를 해왔고 관련 기술을 개발한 경험이 있는 한 전문가는 국방부의 이 공법에 대한 전면도입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방호시설의 특성상 적 포탄 등의 물리력에 1차로 토사가 방어 층을 형성하고 그다음에 본구조물이 저항을 해야 하는데 콘크리트 구조물은 충격, 압축력 등에 어느 정도 저항을 가지고 또 키울 수 있지만 파형강판이 어느 정도의 물리적 방호력 특히, 순간적인 집중하중을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전혀 검증이 안 된 상태에서 파형강판 구조물의 도입은 위험하기 그지없다는 것.

특히 큰 충격에 두께 3.2~7.0mm의 아연도금강판이(SS400 SS490) 찢어지거나 대변형이 발생하지 않는지 학계에서도 검증한 바 없으며 파형강판의 물리적 강점은 점하중에 대한 저항력이 아니라 면하중에 대한 저항력(아치효과)이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러한 주장에 덧붙여 방산시설경험이 없는 1개 특허업체에 수의계약 형태로 추진되는 것은 로비에 의한 뒷거래의 의혹이 있고 파형강판의 방호능력은 전혀 검증되지 않았으며, 정밀시공이 되지 않을 경우 우천 시마다 완벽한 배수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않으면 취약점을 보이고 이러한 구조물을 성급히 대량도입 하려한다는 점에서 문제점의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구조물 업계에서는 특정업체가 특허를 갖고 있는 파형강판 구조물 시공이 곳곳에서 하자가 발생하고 있고 일부 공공기관에서 공법 적용을 보류하고 있는 가운데 무리하게 공법을 채택하려는 기관이 나오고 있는 것은 다분히 로비에 의한 채택이 아니가 하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박찬균 기자  allope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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