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에 대한 감사원 감사 발표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 야당, 시민단체가 나서 연일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현재 진행중인 4대강에 대한 검찰수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임에 따라 향후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감사원이 지난 10일 공개한 ‘4대강 살리기 사업 설계·시공 일괄입찰 등 주요계약 집행실태’ 감사결과에 따르면 당시 국토부는 청와대의 적극적 개입에 따라 대운하의 재추진 가능성을 열어 두고 2009년 6월 4대강 마스터플랜을 수립했다.

당초 지역발전위원회(균형위)가 2008년 12월 발표한 4대강 종합정비방안의 준설량은 2억2000만㎥, 보(洑)는 도심구간의 수위 유지를 위한 소형 보 4개만 설치키로 돼 있었다.

하지만 국토부는 ‘사회적 여건변화에 따른 추후 운하 재추진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대통령실 요청에 따라 준설량은 5억7000만㎥로, 보는 중대형 16개로 확장했다. 낙동강의 최소수심(6.0m)도 대운하의 최소수심(6.1m) 수준과 유사하게 변경하는 등 대운하에 대비한 공사로 확대됐다는 것이다.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이 이름만 바꾼 ‘대운하 구상’이라는 비판이 계속해서 제기되자 “이번 임기 중에 대운하를 하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또 한나라당은 대국민 선언을 통해 ‘대운하 포기’를 선언하고 김황식 전 국무총리는 “4대강 사업이 대운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없다”고 부인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감사를 통해 MB 정부의 해명이 이 같은 해명이 거짓말로 드러남에 따라 4대강 논란은 안정성과 관련한 기술적 결함에서 MB 정권의 도덕성 문제로 확장될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15일 이명박 정부가 '한반도 대운하'의 재추진을 염두에 두고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추진했다는 감사원의 감사결과와 관련해 "앞으로 소상하게 밝혀서 의혹이 해소되도록 하고 필요한 후속조치와 대책을 추진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감사원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해 감사 결과를 발표한 것에 대해 여러 논란이 있다"며 이같이 당부했다고 김행 대변인은 전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우기에 보 등 (4대강) 주요 시설물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조금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완조치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며 "또 무리하게 추진돼서 국민 혈세가 들어간 부분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감사 결과를 계기로 대규모 국책사업을 둘러싸고 반복되는 갈등을 근원적으로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해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추진 원칙과 기준을 마련할 필요도 있다"고 주문했다.

민주당은 감사원 감사결과가 전해지자 ‘대국민사기극’이라며 이 전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4대강진상조사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성명을 내고 “이 전 대통령의 공약 사항인 대운하를 재추진하기 위해 대국민 사기극을 벌인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에서 국회에 출석해 4대강 사업에 대해 거짓으로 증언한 당시 총리, 국토부 장관, 환경부 장관, 수자원공사 사장에 대해서는 위증 혐의로 고발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또 “여야 합의대로 4대강 사업 국정조사를 열어 4대강 사업 추진과정에서 조성된 비자금의 행방을 파악하고 4대강 사업 추진 주체에 대한 법적인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며 “새누리당은 4대강 사업 감싸기를 중단하고 4대강 사업 국정조사에 충실히 임하라”고 주장했다.

한편 민주당은 16일 새누리당 안에 결성된 4대강 진상조사위원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진정성 있는 대책을 요구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야당간사인 민주당 이윤석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새누리당의 4대강 진상조사위원회가 지난 MB정권에서 4대강 사업을 찬성했던 주역들로 구성됐다. 진상조사가 아니라 진상가리개가 될 우려가 높다.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같은당 김관영 수석대변인도 현안논평에서 "새누리당이 뒤늦게나마 4대강 진상조사를 위한 자체 태스크포스를 꾸렸지만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구성원 면면을 살펴보니 4대강 진상조사를 위한 TF(태스크포스팀)가 아니라 4대강 감싸기 TF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MB(이명박)정부 시절 국토교통부 2차관과 4대강추진본부 부본부장을 지낸 바 있는 김희국 의원을 포함해 친MB계 의원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고 지적하며 "진실과 의혹을 풀어낼 수 있는 제대로 된 검증을 위한 검증단을 꾸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통합진보당은 15일 4대강사업 감사원 감사결과와 관련, 이명박 전 대통령을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진보당 오병윤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동작구 대방동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통합진보당은 이명박 전 대통령, 정정길 전 대통령실장, 정종환 전 국토교통부장관, 김동수 전 공정거래위원장, 권태균 전 조달청장 등 5명을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 업무상 배임 등으로 오늘 고발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을 기만하고 22조원의 혈세를 낭비하고 사익을 위해 국가권력을 오용했던 집단들에게 책임을 물으려 한다"고 고발 이유를 설명했다.

오 원내대표는 또 "4대강 사업의 비리 뒤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있다는 것은 국민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감사원에서는 이 전 대통령에게 직권남용과 배임 등 법적인 책임을 묻지 못하겠다고 한다"며 이 전 대통령 고발 이유를 밝혔다.

전직 장관 등을 고발한 것과 관련해서는 "정부는 4대강 사업과 관련해 국정감사 등에서 위증을 했다. 국회에 제출된 자료는 허위자료이거나 조작된 자료였다. 그리고 실제사업은 비공개문서를 통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 원내대표는 "최근 감사원 결과로 확인됐다시피 4대강 사업은 대국민사기, 총체적 비리사건이며 정부가 앞장서서 온갖 불법행위를 저지른 '단군 이래 최대 사기극'으로 드러났다. 4대강 감사결과를 토대로 정부의 온갖 불법과 부정비리 행태를 밝히고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밖에 그는 정부에 "박근혜정부 또한 4대강 사업의 폐해가 심각함을 알고 책임 있는 조치를 내려야 한다. 4대강 사업에 대한 진상조사를 실시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며 파괴된 4대강을 복원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정희 대표도 이날 최고위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스스로 포기한다고 말했던 대운하를 4대강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재추진했다는 사실이 감사원 감사로 드러났다"며 "청와대, 국토부, 공정위, 조달청 등의 정부기관과 건설업자들이 치밀한 모의 하에 22조원짜리 총체적인 비리를 저질렀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것과 아울러서 정치적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다. 보를 폭파시키고 4대강 환경을 살리면서 복원하자는 대안도 다시 한 번 제안한다"고 밝혔다.

진보당은 고발장에서 "피고발인 정종환, 권태균은 4대강 사업의 추진 및 공사 입찰과 관련한 자신들의 권한을 남용해 담합이 일어나도록 함으로써 입찰에 참가한 건설회사들의 권리행사를 방해했고 피고발인 김동수는 4대강 사업과 관련한 담합혐의를 발견하고도 그에 대한 처분을 지연하거나 과징금 부과에 있어 가중처분하지 않는 등 자신의 직무를 유기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고발인들은 공모해 4대강 사업의 실질적인 목적과 범위에 관해 대운하추진을 염두에 두고 계획·추진했으며 그 과정에서 건설회사들의 담합을 인지하고도 방조함으로써 컨소시엄 소속 건설회사들에게 막대한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케 하고 정부와 국민에게 경제적 손실을 가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진보당은 검찰에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각료들의 조직적인 범죄행위로 국고에 8조3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손해가 발생한 점을 고려해 피고발인들을 엄중히 처벌해 달라. 아울러 직권남용 과정에 피고발인들이 금품을 받거나 이득을 취했는지도 조사해 달라"고 촉구했다.

시민단체인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도 16일 "정부는 22조 대국민 사기극 4대강 사업을 엄정 검증하라"고 촉구했다.

이 단체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0일 감사원이 4대강 사업이 대운하의 연장선에 있음을 확인했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이 단체는 "박근혜 정부는 국무총리실 산하의 '4대강사업 조사평가위원회'를 통해 검증 계획을 밝힌 바 있다"며 "그러나 국무총리실은 시민사회의 검증 제안 대부분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국무총리실은 사업추진과정을 검증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며 "위원회의 조사 권한도 '관계기관에 협조요청'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는 지금이라도 올바른 검증을 위한 시민사회의 제안을 수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같은 청와대와 야권의 움직임에 대해 지난 정권의 주류인 친이계 의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자칫 4대강 비판을 둘러싸고 정치계파간 이전투구양상으로 번져갈 조짐도 보이고 있다.

친이계 의원 등 이 전 대통령 측은 이번 감사결과와 청와대의 입장발표에 대해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며 발끈하는 분위기다. 아직까지는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내지 않고 있지만 논란이 지속될 경우 여권 내부의 분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2010년 1차 감사에서는 4대강에서 ‘별다른 문제점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한 감사원이 정권이 바뀐 뒤 태도가 돌변했다는 점에서 이들의 문제제기도 어느정도 설득력 있게 들리고 있다.

송여산 기자  soc@c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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