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목신문 송여산 기자] 최근 건설분야의 특허 공법들이 환경신기술로 변신해 건설현장으로 진입하는 사례가 늘면서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건설교통신기술 업계에 따르면 2~3년 전부터 명백히 건설분야의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환경과 관련이 있음을 핑계삼아 영업용으로 환경신기술을 받는 사례가 계속 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건설교통신기술을 어렵게 확보한 업체들은 이런 영업용 환경신기술의 등쌀에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비판은 건설신기술보다 비교적 인증을 받기가 수월한 환경신기술의 절차를 감안해 볼때 설득력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환경신기술은 '신기술인증'과 '기술검증' 두 가지 프로세스로 진행 중이다.

'신기술인증'은 현장조사와 서류심사를 통해 신기술에 해당되는지를 심의해 인증하는 것이고, '기술검증'은 해당기술에 대해 현장조사, 현장평가계획 심의, 현장평가 및 종합평가를 거쳐 기술성능 및 현장 적용의 우수성을 검증하는 것이다.

이 프로세스를 보면 시공성과 경제성등을 검토하는 '건설신기술'과 기술성능과 현장우수성을 검토하는 '환경기술검증'은 거의 동일한 수준의 어려운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환경신기술 인증'은 신기술에 해당되는지를 심의 인증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문제는 서울시를 비롯한 발주처에서 이같은 각 신기술에 대한 세부적인 비교를 하지 않고 동일하게 취급하는데에 있다.

오히려 발주처에서 이를 부추기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발주할 때 관련신기술의 내역서 중 가장 저가의 자재와 품을 혼합한 형태를 요구해 결국 자기 본연의 신기술 공법으로 시공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신기술로 지정을 받은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는데에 발주처가 앞장 서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이런 '환경신기술 인증'은 맨홀 정비 분야와 '비개착 하수관 보수공법'에 집중 돼 있다.

맨홀 관련 환경신기술 인증은 모두 5개. 이들 환경신기술 인증은 2012년에 1개, 14년에 2개, 15년에 1개, 그리고 올해 1개가 인증됐다. 이 인증을 받은 기술 중 기술검증 단계까지 간 기술은 단 1개에 불과하다.

이들 환경신기술 중 T업체가 실질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환경신기술이 3개에 이르고 있다.

결국 환경신기술 5개중 3개에 실질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T사가 맨홀 정비시장을 주무르고 있는 셈이다.

T사는 지난 2012년 건설신기술에 2번이나 도전해 실패하자 그 해 환경신기술로 우회해 결국 현재의 맨홀 정비시장의 강자로 자리잡은 셈이다.

비개착 하수관 보수공법 역시 같은 흐름이다.

수 년 전만 하더라도 이 분야 역시 건설신기술로 지정받아 비개착하수 보수시장을 이끌어 온바 있다.

그러던 것이 이 분야에서 건설신기술 지정이 갈수록 어려워지자 환경신기술로 변신해 비개착 하수보수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는 것.

이 같은 이유는 발주처가 건설신기술이나 환경신기술 구별 없이 신기술로 동등하게 대우해 공법 선정과정에서 영업을 강하게 하는 쪽을 채택하는 경우가 다반사기 때문이다.

결국, 문제는 발주처의 신기술에 대한 마인드가 잘못되어 있다는 지적이다.

오로지 감사에서만 벗어나면 된다는 공무원들만의 논리가 신기술 분야에도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신기술 업계 관계자는 "현장에 맞는 공법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감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신기술이면 건설, 환경 따지지 않고 사실상 영업성 로비를 강하게 하는 업체의 기술을 채택하는 것이 요즘 발주처의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발주처 관계자가 영업성 로비에 휘말리는 것도 문제지만, 아예 감사나 구설수에 오르는 것을 귀찮아 해 현장에 적절한 기술이나 공법 선정을 소홀히 하는 것도 기술발전을 저해시키는 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렇게 환경신기술로 지정받은 건설분야 기술이 늘면서 건설신기술 지정업체들을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도 하다.

이들 신기술 개발자들은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건설교통신기술협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회원사의 권익을 위해 건설교통신기술협회가 나서서 환경신기술 인증 기관인 한국환경산업기술원과의 협의를 통해 환경신기술인증 과정에서 ‘환경기술’의 범위를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는 것.

명백히 주 공정이 건설분야의 기술을 ‘소음’이나 ‘분진’ 감소등의 이유로 환경신기술로 인정하는 것은 불합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또한 '기술의 원래 목적이 무엇이냐'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환경기술과 건설기술을 구분할 때 환경보전이나 관리를 목적으로 하는지, 아니면 건설(신설)과 보수를 목적으로 하는 것인지로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 설득력있게 들리고 있다.

건설신기술 개발자들은 한 목소리로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이런 기준을 설정하지 않으면 이 같은 갈등과 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송여산 기자  soc@c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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