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투자사업에서의 ‘갑질’ 횡포가 도를 지나치고 있다.

그동안 민간투자사업에서 우선사업자 선정 후 각종 공정에서 당초 설계된 공법이나 자재를 저렴한 공법이나 자재로 변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불공정한 ‘갑질’ 횡포에 대해서 관리감독청인 국토부 지방청이나 철도공단 또는 지자체에서 속수무책으로 대응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죽하면 건설신기술이나 특허공법사의 개발자들은 이런 실태에 대해서 ‘자조적인 포기’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방재신기술과 환경신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한 앵커 업체 대표는 “민간투자사업에서 우선사업자 선정후 공법 바꾸는 일이 허다하다 보니, 이걸 막기 위해 민간투자사업의 해당 공구 현장소장과 임원들에게 별도의 영업을 하는 등 폐혜가 심각하다”고 현재 이 분야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설명하고 있다.

교량거더 공법 신기술 보유업체인 한 공법사 대표 역시 ”재정사업과 달리 민자사업의 경우 우선사업자로 선정된 후 시공단계에서 막무가내로 공법을 변경하는 일은 이미 관행처럼 진행되고 있어, 가급적 민자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꺼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공법사 대표는 민간사업의 경우 기본설계와 실시설계 당시 어렵게 공법심의를 거쳐 선정되었다 하더라도 사업의 수익을 높이려는 민간사업자는 우선사업자 선정 후 저렴한 공법으로의 변경을 유도한다는 것.

문제는 이런 과정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감리단이 건설사의 입김에 놀아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관리감독청 역시 공기 준수와 사업비 변동이 없는 한 그러한 공법 변경에 대해 어찌할 방법이 없다는 원론적인 답변만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민간사업체가 이미 수년 전에 기본설계와 실시설계에 반영된 비개착공법을 시공사가 이를 무리하게 변경하는 일을 추진하고 있어 물의를 빚고 있다.

민자사업으로 추진 중인 신안산선 복선전철 5-1공구 건설공사 중 둔대고가 하부통과 구간의 시공 중 설계변경 심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무리한 공법변경 사례가 발생해 관련 공법사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해당 공구의 시공사는 시행사인 넥스트레인과 사업관리기관인 국가철도공단에게 암구간이 증가되어 당초 설계반영된 Q공법으로 시공을 할 경우 지반침하의 우려와 공사비가 늘어날 것이라는 보고를 통해 공법을 변경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신안산선 복선전철 민간투자사업과 관련해 주간사인 포스코건설은 2019년 둔대고가 하부 통과구간에 있어서 비개착공법들에 대한 평가를 실시했다.

2019년 6월 Q공법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후 2019년 말에 실시설계 성과물을 설계사인 삼보기술단과 포스코건설에 제출 완료했다.

문제는 2020년 해당 공구의 시공사가 결정된 후 발생했다.

해당 공구의 건설사 관계자는 지속해서 공법을 타 공법으로 바꿀 것을 종용하거나 공사비를 낮출 것을 요구하는 등 한마디로 ‘갑질’이 계속되었다는 것.

Q공법사 대표는 이 건설사 관계자가 주간사에서 적절한 절차인 입찰을 통해 선정된 공법에 대해서 민간사업의 경우 이를 지킬 의무가 없다는 등 회사 규모를 거론하며 모멸감을 안겨주는 행태가 계속 이어졌다고 밝히고 있다.

급기야는 이 건설사는 올해 5월 해당 현장의 지반조사 결과 지반선(암선)이 올라와 공법변경을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비개착공법과 개착공법을 동시에 검토하겠다며 2일 안에 설계견적서를 사업시행자에게 제출하라는 일방적인 통보를 했다.

Q공법사 대표가 이에 대해 감리단과 시행사에 알아본 결과 감리단 관계자는 “시공사가 정한 대로 갈 수밖에 없다”라는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또한 시행사인 넥스트레인 관계자는 이런 설계변경 심의에 대해 아는 바 없다는 도대체 납득이 안가는 행태를 보인다는 것.

이 현장의 소장은 “당초 설계 당시 현장에 대한 지반조사가 제대로 안 되어 연암구간에 대한 파악이 안된 걸로 안다”며 “이렇다 보니 기존 공법으로 공사를 하면 공사 기간이 길어지고 공사비용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라고 공법 변경 추진 이유를 설명했다.

소장은 “기본이나 실시설계 단계에서 제대로 된 엔지니어링 용역 대가를 지불해 제대로 된 지반조사보고서를 근거로 적정한 공법을 선정했더라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현재 1공만 한 보링작업을 몇 군데 더 해서 객관적인 데이터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하구조물 공법심의에 경험이 많은 박 모 교수는 “통상 암선이 올라올 경우 감리단에서 해당 공법사에 연락해 시공상 문제가 없는지부터 검토하는 것이 순서”라며 이런 절차 후에 시공사가 이로 인한 공사비 증액 문제에 대해 공법사와 협의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더군다나 건설사가 공법변경 사유로 내세우는 연암구간 증가로 지반침하 등의 문제 역시 암선이 올라올 경우 오히려 지반침하의 우려가 낮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Q공법사의 대표는 “이리 절차를 무시한채 급박하게 설계변경 심의를 진행하려는 것은 감리단의 직무유기로 볼 수밖에 없다”며 “설사 공법이 변경되서 공사를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 문제를 반드시 짚고 넘어가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Q공법사의 대표는 “건설사의 직원들이야 공사비를 줄이기 위해 이런저런 궁리를 하지만 우리 같은 공법사들은 수년간 설계비와 인력 투입 등 그 피해가 심각하다”며 “단순히 여기에 투입된 비용 보전 등으로 해결할 사안”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그동안 민간사업자들의 ‘갑질’ 횡포가 나날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합리적으로 적절히 제어할 확실한 관련 법규나 지침이 강하게 요구되고 있다.

송여산 기자  soc@c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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