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터널계측기기중 응력계 대부분이 불량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한국터널지하공간학회 터널계측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시험결과에서 국내 시판되는 일체형 숏크리트 응력계 대부분이 불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터널지하공간학회 터널계측위원회는 6월 21일 ‘숏크리트 응력계의 성능검증 및 신뢰성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도심 지하교통 인프라 건설 및 운영기술 고도화 연구’(연구단장 김창용)의 세부과제 중 하나로 건설계측기기의 불량원인을 파악하고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진행됐다.

이번 연구에서는 국내 시판되는 일체형 숏크리트 응력계 9개 제품 중 8개를 조사했다. 
나머지 1개 제품은 제공을 거부했다. 

그 결과 8개 제품 모두 불량 판정을 받았다. 

반면 셀타입 응력계 2개 제품(국내1, 해외1)은 모두 합격 판정을 받았다.

숏크리트 응력계는 셀타입과 일체형으로 나뉜다. 

셀타입은 토압과 내부 응력을 각각 측정하기 위해 2개의 계측기를 설치하는 반면, 일체형은 2개의 계측기를 합쳐 1개만 설치한다. 

국내에선 비용절감 등을 이유로 일체형을 개발해 사용해왔다.

연구를 맡은 김영배 ㈜미래이엔씨 대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일체형 제품의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실제 시험을 해보니 충격적인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일체형의 경우 8개 중 6개는 센서 자체 압력을 가한 1차 시험도 통과하지 못했다. 

1차 시험을 통과한 2개 제품도 지반에 센서를 매설해 건설현장과 똑같은 환경에서 실시한 2차 시험에서는 모조리 탈락했다. 

제품의 시험결과는 -86%(과소)에서 341%(과대)까지 편차가 매우 컸다.

이에 비해 셀타입 제품은 양호한 측정치를 나타냈다. 

이에따라 이번 기회에 터널계측기 뿐만 아니라 타 분야 계측기 특히 건설안전에 직결되는 급경사지(흙막이 공사 등) 분야 계측기기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재 건설기준센터가 지난 2021년 12월 제개정한 ‘건설계측공사 표준시방서’(KCS 10 50 10)에 따르면 ‘계측기기는 완제품 상태에서 검증절차를 통과한 KOLAS 인증제품 또는 공인기관으로부터 이와 동등이상의 품질을 인정받은 제품 중에서 선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문화 되어있다.

그러나 실제 건설현장에서는 이같은 표준시방서의 규정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대부분 계측기기 제조업체가 자체적으로 만든 교정성적서에 의존해 계측기기를 설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이같은 행태는 현장에서 납품을 받는 건설사가 최저가로 계측공사를 입찰하면서 수주받은 계측업체로서는 가격이 높은 KOLAS 인증제품을 납품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현재 각 건설현장에서의 계측 설치 과정에서 계측기기의 적정한 성능보다는 원가절감 차원에서 규격이나 성능이 기준 보다 훨씬 못미치는 계측기기가 현장에 범람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인 2022년 10월 한국터널지하공간학회에 발표된 기술논문 ‘터널계측용 록볼트 축력계와 지중변위계의 불량원인 파악과 검증방법에 대한 연구’는 그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논문에 따르면 현재 터널현장에 납품하는 계측기기중 록볼트 축력계와 지중변위계에 대한 국가공인기관(KOLAS)의 성능검사결과 전체의 70~90%가 불량률을 보이고 있다는 시험결과가 나와 관계자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문제는 원가 타령만 하는 계측기기 제조업체와 설치비 절감만을 추구하는 건설계측업체들의 태도에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국가공인기관인 KOLAS에서 검증한 제대로 된 계측기기를 설치하고 당당히 건설사에 제값을 요구하는 풍토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송여산 기자  ceo@c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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