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억원 이상의 공공공사에 적용되는 최저가낙찰제가 부실공사 및 산업재해를 유발하는 주원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저가낙찰제의 폐해 및 향후 운용 방향’이라는 보고서를 지난 17일 발간했다. 보고서는 최저가낙찰제 현장에서 부실공사 및 산재사고가 급증하고 저임금의 외국인 근로자가 대량으로 투입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최저가제 공사 현장에서 산재사고가 급증한 원인은 건설사들마다 낙찰을 위해 투찰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고 이 경우 노무비를 가장 먼저 삭감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노무비를 삭감할 경우 △작업팀 축소 △무리한 공기단축 △불법 재하도급에 따른 노동 강도 강화 △안전관리 능력 부족 등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9년 산업재해율이 상위 10%에 포함된 산재 다발 사업장 가운데 건설업 현장은 모두 21곳으로 이 가운데 90.5%인 19곳이 최저가낙찰제로 발주된 공사라는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앞선 2004~2008년간 발주된 공공공사 중 최저가낙찰제로 발주된 사업 건수가 0.9%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른 사업 형태보다 최저가낙찰제가 유달리 많은 산재를 유발한 것으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조사대상 19개 사업장에 투입된 근로자 총 2976명 중 95명이 산업재해를 입어 3.25%의 재해율을 기록했다. 이는 공사 현장의 평균 재해율인 0.2% 미만을 크게 웃도는 수치이다. 재해율 상위 10%에 포함된 나머지 2개 공사 현장은 적격심사제로 발주된 사업으로 2.41%의 재해율을 보였다.

또한 지난 2009년 발주된 공사 중 최저가낙찰제는 40%에 머물렀으나 같은 해 고용된 외국인근로자의 77.6%가 최저가낙찰제 현장에서 일한 것으로 조사됐다. 저가낙찰에 따른 외국인 근로자 선호 현상 때문에 사라진 내국인 일자리는 2007년 9만5040개, 2008년 3만5451개, 2009년 3만6302개로 추정된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국내 근로자의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감소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건산연 최민수 건설정책연구실장은 “정부가 내년부터 최저가낙찰제를 100억원 이상 공사에까지 확대 적용할 계획이지만 최저가제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산재사고나 외국인근로자 투입 등의 현상을 고려할 때 확대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학형 기자  khh@c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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