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현장에 대한 감사원의 무지가 공연한 분란만 부추기는 결과를 낳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 6월 광역자치단체 건설공사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면서 서울시에서 실시하고 있는 양화대교 가교설치 공사가 무면허업체에 의해 설치되고 있다며 영업정지 등 후속조치를 취하라는 조치를 내렸다. 

해당 공사는 서울시도시기반시설본부가 현대산업개발과 ‘양화대교 구조개선공사’(총 계약금액 367억 6000만원) 계약을 맺고 진행하고 있다.

감사원은 현대산업개발이 가교 설치를 위해 지난해 가설교량 시공업체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가교설치 공사를 진행한 것을 문제 삼았다.

감사원은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교량 철 구조물을 제작하려면 ‘철강재 설치공사업 면허’가 있어야하는데 해당 공사를 하고 있는 A업체는 조립과 설치만 할 수 있는 ‘강구조물 공사업 면허’를 갖고 있으며 강구조물 공사업 면허를 가진 업체는 공장이 없어 철강재를 가공, 제작할 수 없게 돼있다고 전제하고 “현대산업개발이 건설산업기본법을 위반해 74억여 원의 교량구조물을 철강재 설치공사업 면허가 없는 업체에 시공하게 함으로써 교량 철 구조물 제작, 조립 설치공사를 부실하게 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감사원은 이러한 지적과 함께 “서울시는 건설산업기본법과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시행령 제 92조에 따라 영업정지 등을 하도록 하는 등 적절히 조치하기 바란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이러한 감사원의 조치는 건설사업의 메커니즘과 현실을 잘 모르는 상황에서 빚어진 무리한 법적용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감사원은 강구조물공사업 면허는 조립과 설치만 할 수 있고 철강재를 가공, 제작은 할 수 없다는 논리지만 이는 업무의 범위를 보는 시각차에서 비롯됐다. 가교설치 공사를 진행한 A업체는 H-BEAM 같은 반제품을 공사에 맞게 조립설치하기위한 작업을 한 것을 두고 감사원은 이를 ‘제작’으로 확대 적용해 빚어진 일이다.

이는 ‘제작’의 범위를 어디까지 보느냐의 문제인데 감사원은 철강재 제조회사에서 설계에 맞는 크기로 다양한 길이의 제품을 생산하지 않는 상황에서 설계에 맞게 일부 가공한 것을 두고 ‘제작’으로 넓게 적용했다.
가교설치 공사는 이미 만들어진 철강재를 조립 설치만하면되는 가교 공사라 강구조물 공사업 면허만으로 충분히 가능한 데도 무리한 기준에만 얽매이는 우를 범했다.

또한 철강재설치공사업면허를 소지한 업체는 대부분 철강재생산공장을 갖고 신규 철강재를 제작 설치하는 것이 주된 사업이나 가교공사의 경우 철강재를 조립설치한 후 본 교량이 준공되면 자재를 회수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조립설치를 주로 하는 강구조물공사업체가 가교 공사를 전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최근 2년(2009년~2010년)간 가교 공사에서 철강재 설치공사업 면허를 소지한 업체의 가설교량 시공실적이 전혀 없는 반면 강구조물공사업 면허업체의 시공실적은 15개사 72건에 이르고 있는 사실이 반증하고 있다.(대한전문건설협회 자료)

또한 감사원은 국토해양부에 질의한 결과 “강구조물공사업 면허가 있어도 교량 철 구조물을 제작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했지만 국토부는 같은 사안에 대해 1997년 “강관파일 항타공사와 ‘가교설치공사’(H-PILE을 항타 후 H-BEAM을 운반.거치하고 그 위에 복공 판설치를 비계?구조물 해체공사업자에게 하도급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의에 “(중략)~가설교량을 건설하기 위하여 H-BEAM을 설치하고 복공 판을 거치하는 공사는 강구조물공사에 해당할 것으로 본다”는 답변을 한 바 있다.

또한 개별 건설공사를 어떤 건설업종에서 도급받아 시공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는 건설산업기본법시행령 규정을 토대로 당해공사의 설계내용, 시공기술상의 특성 및 작업방법, 현장여건 등을 감안하여 발주자가 판단하여야 할 사항이라는 국토해양부의 유권해석을 감안할 때 이번 양화대교 가교설치공사건은 서울시가 판단할 문제란 것이다.

이러한 정황을 볼 때 이번 감사 결과는 실적에 급급한 감사원의 무리한 감사의 결과로 보인다. 감사원이 해당기관과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만 거쳤더라도 빚어지지 않을 사안이었다.

더욱이 이러한 감사원의 무리한 감사결과를 근거로 일부에서 무면허업자의 공사로 가교가 기울어 졌다는 주장을 하는가 하면 시민단체에서 공사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원만히 공사를 마무리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무책임한 처사로 받아들여진다.

양화대교 가교가 기운 것은 계속되는 비로 유량이 늘어난 결과로, 기둥 2개는 전면 재시공을 하기로 해 이번 사안과는 무관한데도 마치 무면허업자가 공사를 해 벌어진 것으로 오해하게 만든 원인도 제공했다는 점에서 보다 신중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감사의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다.

한편 서울서부지법 제 21민사부는 서울시의회에서 제기한 양화대교 공사 중지 가처분신청을 기각, 서울시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한명희 서울시의회 민주당 의원과 유의선 진보신당 서울시당위원장이 양화대교 구조개선 공사를 중시시켜 달라며 하도급 건설업체 A사를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을 지난 30일 기각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철강재 설치 공사업 등록을 하지 않은 A사가 공사를 맡은 것은 위법”이라면서도 “교각 사이의 거리가 양화대교보다 짧아 하중이나 충격이 분산되고 A사가 시공한 동쪽 가설교량은 상당 기간 특별한 문제점이 없는 점 등을 볼 때 공사를 급하게 중지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서쪽 가설교량 기둥 2개가 기울어졌지만 당시 폭우로 한강 수위가 높고 유속도 빠른데다 기둥들이 다른 구조물과 연결되지 않은 채 각기 세워져 있어서 위험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지난 6월 장마와 집중폭우로 기울어진 가설교량 2개에 대한 전면 재시공을 실시, 최근 완료했다.

한 의원 등은 7월말 A사가 시공하던 서쪽 가설교량의 원형강관 2개가 기울어지자 가설교량이나 양화대교가 무너질 위험이 있다며 지난 9일 공사 중지 가처분신청을 낸 바 있다.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것은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여지지만 “철강재설치공사업체가 공사를 맡지 않은 것은 위법”이라는 표현은 향후 논란의 불씨를 제공할 소지가 있으며 재판부 역시 건설업계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박찬균 기자>

 

박찬균 기자  pck@cm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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