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가 마련한 건설산업선진화 방안을 놓고 업계들의 이해득실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특히 종합․전문업종의 영업범위 제한 폐지 및 건축설계업의 진입 규제 완화와 관련해 업계들의 아전인수식 해석이 과열돼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행령 개정 등 향후 입법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되는 이유다.

우선 건설산업기본법이 정한 종합업종과 전문업종의 영업범위 제한 폐지를 놓고 볼멘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대한전문건설협회 관계자는 “현행법에서 하도급 사업은 전문건설업체만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폐지해 종합건설업체가 원도급 공사의 일부를 하도급 받아 시공이 가능해지면 전문건설업체의 존립 기반이 흔들릴 수 있어 건설 후진화 방안”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대형 종합건설사가 하도급 사업을 독식해 득보다 실이 많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전문건설업체가 토목과 건축 등 일부 복합공사를 직접 수주해 공사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종합과 전문건설의 경계에 있는 종합적인 계획·관리가 필요 없는 공사로 전체의 5%도 안돼 기술력이 약한 업체에게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영업범위 제한 폐지로 경쟁력을 갖춘 대형 전문건설업체들의 수주 물량이 확대돼 종합 중소업체들의 설 자리가 좁아지게 될 것”이라며 “하지만 이해관계를 떠나 전체적인 큰 틀에서 보면 규제완화로 생산성은 제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한 건설업체가 건축사와 공동법인을 설립할 경우 대형 건축물의 턴키 공사에 한해 설계를 허용하는 것과 관련, 건축설계 업계의 반발 수위가 거세지고 있다.

대한건축사협회 관계자는 “건축사법에서 설계업은 건축사무소에서만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대형건설사들이 별도의 건축사 자회사를 설립하면 설계가 가능해 사실상 대형건설사들의 설계 겸업을 허용한 것”이라며 시공과 설계의 겸업 제한 폐지는 국내 현실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사업기반 악화를 우려한 건축사 협회는 지난해 선진화위원회에 설계·시공 겸업제한 폐지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하지만 대한건설협회는 해외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설계·시공 겸업이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일본이 민간 공사에 한해 건설업체의 설계 겸업을 허용하고 있는 것처럼 이는 세계적 추세로 우리나라는 건설업체가 유능한 건축사를 보유하고 있어도 건축사사무소의 설계가 아니면 건축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어 건설업체가 설계할 수 있는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시공 과정에서 개발한 건설업체의 기술과 공법이 설계에 반영돼 건설기술이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건설산업선진화 방안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토목설계 업종의 등록과 관리를 지식경제부에서 국토해양부로 이관하는 것과 관련, 한국건설컨설턴트협회(찬성)와 한국엔지니어링진흥협회(반대)가 온도차를 보이고 있어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정연석 기자  holiday@c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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