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의 악몽’…안전하다 믿었던 후쿠시마 원전의 폭발장면

[토목신문 송여산 기자] 지난 9월 12일 경주지진 발생이후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부산, 울산에 밀집한 원전의 내진·면진에 대한 안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31일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는 새누리당 조경태 기획재정위원장이 주최한 ‘원자력 발전소 안전대책을 위한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이동욱 부경대학교 토목공학과 명예교수는 ‘지진재해에 대한 원자력발전소 안전대책 사례연구’를 통해 국내 원전설비의 내진·면진이 충분히 안전하게 설계 시공돼 있는지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 교수는 중요 건물과 송배전반 등의 설비 부대시설 등에 대해서도 면진으로 설계돼 있는지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이 교수는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이후 원전에 대한 안전대책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의 카시와자키-카리와 원전의 경우 지진 발생 후 발생하는 쓰나미에 의한 침수방지를 위해 15m 규모의 방조제를 설치했다”며 “부지가 침수돼도 원자로 건물 속이 침수되지 않도록 방조벽과 방조판이 설치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후쿠시마 원전과 같이 전원이 꺼지면서 냉각기능이 멈추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3중~4중의 안전대책을 마련해 놓고 있다”며 “침수 등으로 중요한 시설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에도 비상 고압 배전반을 설치하는 등 전원을 다양하게 준비해 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카시와자키-카리와 원전에는 사고 시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프로세스 요소별로 치밀하게 대비해 놓고 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이 같은 대비상황을 지역주민들과 국민들에게 소상히 밝히고 있는 점이다. 특히 지진발생시 대응 훈련까지 포함돼 있어 국민들의 원전에 대한 신뢰를 다시 얻어가고 있다.

이 교수의 주제발표에 이어 첫 토론 발표자로 나선 환경운동연합 양이원영 처장은 이 같은 일본의 원전 지진 대응과는 큰 차이가 나는 국내 원전 안전 현황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우선 “원전주변 지역 최대 지진평가가 왜곡 축소돼 있다”고 주장했다. 역사지진기록으로 규모 7.25 이상 지진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규모 6.2로 축소돼 있다는 것이다.

또한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활성단층이 실제 있음에도 이에 대한 조사가 부실했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양이 처장은 신고리 5, 6호기의 건설허가 승인과정에 대해서도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한 지역에 10기 원전 승인과정에서 다수 호기 안전성 평가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원전 관련 안전성 관련 보고서를 일체 비공개 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원전 안전에 대한 객관적 검증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토론에 나선 김성욱 (주)지아이 지반연구소 박사는 “경주 지진이후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라는 틀에서 벗어나 지진에 대한 패러다임의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국내 대부분의 원전은 경주지진 이전에 계획된 것이고 1994년 이전 건설된 원전은 활성단층에 대한 개념이나 조사방법 조차 알지 못하던 시절에 계획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의 원전시설이 활성단층대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그동안 최대지진해석에 사용된 입력 자료의 규모를 능가하는 지진과 단층운동이 사실로 관찰된 것을 감안해 원전에 대한 내진 성능에 대한 객관적인 검토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회 안전정책국장은 “경주지진 이후 원안위는 현재까지 전 원전과 방폐장을 대상으로 지진안전점검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유 국장은 현재까지는 원전과 방폐장 시설에 안전상 이상상태가 없음을 확인했지만 국내 원전이 0.2g으로 설계돼 있는 내진수준을 상향 조정해 전 원전 주요설비를 0.3g수준으로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무리 발언에 나선 산업통상자원부 정동희 원전산업정책관은 국가에너지 수급여건 하에서 적정수준의 원전 비중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인한 원전에 대한 안전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다양한 안전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기존 원전의 안전관련 핵심설비의 내진성능을 0.3g으로 보강하고 있으며 올 연말까지 지진과 지질, 원전내진 성능, 비상대응 분야에 대해 에너지시설 안전종합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원전주변 단층 정밀 재조사를 포함해 중대사고 방재대책 보안 등을 검토해 필요할 경우 내진성능 보강 등 조치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토론회 질의 응답순서에서는 밀양에서 올라 온 주민들이 원전 발전 문제와 함께 송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도 함께 해결 해 줄 것을 호소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조경태 개획재정위원장(좌측 맨 앞)이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조경태 기획재정위원장은 “원전은 선진국에서는 점차 폐쇄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시간이 갈수록 원전을 폐쇄하려는 정책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며 “원전 폐쇄·해체산업도 1000조원에 이를 정도의 엄청난 분야기 때문에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 위원장은 특히 “현존하는 원전시설에 대한 내진·면진준비를 보다 철저히 진행해서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정책을 펼쳐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여산 기자  soc@c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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