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살 걱정 없었던 토목이 늦게나마 다양한 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다.

CM, BIM, VE 등 나이 어린 토목인들에게 물어보면 이런 단어들은 익숙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건축인들에게 묻는다면 결코 생소한 단어들이 아니다. 굳이 토목과 건축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우습지만 그래도 국내실정상 두 개 분야는 나눠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와중에 건축은 10년전부터 VE, BIM, CM분야 등을 활성화 시켜 새로운 먹거리로 창출하고 있다.

BIM은 이미 10년전부터 건축에서 활성화 시켜온 분야 중 하나다. 3D를 이용해 건설 생애주기까지 고려한 설계는 건축 DB구축 역할도 훌륭히 하고 있다. 이 자료는 후학들에게 전해져 연구개발을 좀 더 쉽게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토목은 공공산업만으로도 나름 배부르게 활동할 수 있었다. 민간발주가 주를 이루는 건축과는 달리 공공발주가 주가 되는 토목은 먹거리가 많아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그런것도 잠시 최근 국내 경제 침체와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인해 토목도 먹거리가 줄고 새로운 대안을 찾기에 이르렀다. 이런 와중에 찾은 것이 VE, BIM 등 신개념 산업이다. 10년전 건축에서 시작된 것을 1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찾기 시작한 것이다.

비슷한 분야인 건축과 비교해 본다면 대조적이지 아닐 수 없다. 정말 BIM이나 VE가 필요한 것이 토목인데 말이다.

이런 모습들은 다른 한편으로는 교육에서 찾아 볼 수도 있다. 지금의 학부생들이 말하는 토목은 동경의 대상이긴 하지만 재밌지도 않고 앞으로 어떤 분야를 가야할지도 모르는 그런 막막한 학문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사실 토목은 근대 모든 학문의 기반이라고 할 정도로 사회를 발전시켜온 학문임에는 틀림 없다. 하지만 역사속에서의 토목은 노가다라는 비하적인 발언을 들으면 사회적인 업적에도 불구하고 푸대접 받는 그런 학문이었다.

이런것들은 교육의 문제라고 밖에는 볼 수 없다. 특히 지금의 많은 교수들은 학부생들의 교육보다 대학원에서 연구를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토목에 대한 제대로 된 가치관을 가져야 할 학부시절 학생들은 재미와 제대로 된 토목을 배우기보다는 어렵고 재밌지도 않은 답답한 학문을 배우고 있다. 학부과정의 교육이 안타까운 부분이다.

나무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물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햇빛, 산소, 이산화탄소 및 다양한 영양소도 필요하다. 척박한 흙에 나무를 키우려면 물 뿐 아니라 각종 영양소도 줘야 하고 농약도 주고 수시로 보살펴야 한다. 그만큼 손이 많이 가야만 제대로 클 수 있는 것.

하지만 비옥한 땅에 나무를 키운다면 물과 햇빛만 있어도 얼마든지 좋은 나무로 성장 할 수 있다. 지켜보고 조금만 방향만 알려줘도 스스로 배우고 깨우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오래전부터 교육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비옥한 땅을 학부생들에게 만들어 줬다면 제대로 된 시각을 통해 충분히 사회를 선도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토목학생들은 쉽게 배울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또한 BIM이나 VE같은 실용학문을 좀 더 일찍이 도입시켜 발전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척박한 땅, 내가 가야 할 길을 스스로 개척해야 하고 내 적성을 스스로 찾아야 하며 사회의 변화에 맞추고 흐름을 스스로 읽어야 한다. 척박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과정에서 짧게나마 사회 흐름에 맞는 여러 학문들을 배웠더라면 좀더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진로를 선택하기가 더 쉬웠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정필순 기자  feel@c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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