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철도학회 추계학술대회 10개 분야별 세션중 가장 잇슈성격이 큰 세션은 역시 공공철도 정책현황 및 발전방안 세션의 ‘JTX(제주고속열차)와 제주발전’이란 주제였다.

 추계학술대회 이튿날째인 31일 제주 라마다프라자호텔에서 열린 철도학회 정책토론 ‘JTX와 제주발전’은 그 제목이 말해주듯 폭발력 있는 잇슈이다 보니 세미나장의 열기가 뜨거웠다.
 이미 최근 언론에 보도되면서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던 사안인지라 앞으로의 추이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서 그런지 참석자들의 면모도  관, 산, 학, 연 등 다양했다.
 
 이날 주제발표는 한국교통연구원의 이재훈 박사가 맡았으며 종합토론의 좌장은 김수삼 국제해양극지학회 회장이 맡았으며 토론자로는 제주대학교의 이동욱 교수, 제주일보의 오택진 논설위원,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철도전문대학원의 김시곤 원장, 우송대학교의 이용상 교수 그리고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의 양근율 박사가 참여했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한국교통연구원의 이재훈 박사는 “제주가는 고속열차가 사회적 관심사로 떠올랐다”며 JTX에 대한 공개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JTX에 대해서는 두가지 주요 잇슈를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선 JTX 사업이 과연 한국경제와 제주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지와 JTX 사업이 제주공항 인프라 개선사업과 상호보완 효과를 거둘수 있는지를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박사는 제주의 발전 한계에 대한 구체적인 데이터를 제시하며 제주가 국제자유도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인구와 산업 그리고 대외 연결 교통망이 부족하다는 분석을 했다.

특히 교통망 측면에서 국제선 운항 횟수가 많지 않고 거의 국내선 운항 과다로 공항이 몸살을 앓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다 보니 제주의 국제화에 하나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박사는 이 때문에 제주공항 인프라 개선을 하더라도 결국 제주공항 도착 항공기 주 국내선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장래에도 국제선 운항확대에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박사의 결론은 제주도 공항개발이 제주도 국제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결국 이 박사는 제주도 공항개발 만으로는 제주도 국제화가 어려우며 이를 보완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
 그것이 바로 대외 연결 교통망을 다변화하는 것이며 그중 항공,선박과 달리 기상여건과 관계없이 운행이 가능한 JTX라고 제시하고 있다.

 이 박사는 JTX로 국내선 이용객을 흡수한다면 국제선 이용객이 증가해 결국 제주 국제화를 실질적으로 실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박사는 “제주에 JTX가 연결되야 제주의 배후시장과 영향권이 확대되면서 결국 관광객이 대폭 늘어나면서 관광산업 규모도 확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럴 경우 JTX로 제주의 산업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역발전을 촉진하면 제주의 성장 잠재력이 28.7%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리고 일부 주장하듯이 경유형 관광지 전락은 그동안의 관광객 체류일수를 분석할 때 지나친 염려에 불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박사는 결국 “JTX가 제주에 운행되면 제주공항이 인천공항과 함께 외국인 방문객의 관문으로 기능하게 되면서 결국 제주가 한반도 국제관광허브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첫 토론에 나선 이동욱 제주대학교 교수는 제주지역 도민들의 정서와 생각을 가감없이 전달해 토론의 물꼬를 열었다. 이 교수는 일단 이박사가 제주공항과 JTX를 상호 보완할수 있는 교통수단으로 컨셉을 잡은 것에 대해 적절한 시도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교수는 지역주민들의 정서에 대해 설명했다.
 “일단 제주지역 주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이 바로 JTX가 운행될 경우 제주도가 경유형 관광지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라면서 그러나  경유형 관광지로 되기에는 거리나 시간이 멀거나 오래 걸려 그렇게 될 것 같지는 않다고 개인적인 의견을 밝혔다.

 또 “이 사업을 전라남도에서 강하게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여 제주도민들은 전라도에 경제권이 흡수 편입되는 것 아니냐하는 막연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고 말해 JTX사업에 대한 제주도민의 심리를 잘 나타냈다.

 이 교수는 이런 도민들의 우려를 볼때 제주도민의 공감대와 참여가 전제되지 않고서는 사업추진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지적을 했다.
 그리고 이 사업자체가 대규모 프로젝트이니만큼 타당성 검토를 철저히 해서 이용객이 저렴하게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토론에 나선 제주일보 오택진 논설위원은 “이 사업은 이미 김태환 전 도지사 있을때도 거론 됐지만 사업성이 없어서 이미 폐기되었던 사업이라며 이낙연 전남지사가 다시 수면위로 올린다는 것은 한마디로 정책사업의 혼선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오 위원은 또한 “현재 제주도민 분위기는 최근들어 중국 관광객이 물밀처럼 오고 있지만   정작 도민들에게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별다른 혜택이 없다는 것에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중국인들이 제주도에 와서 중국인 식당과 숙박시설, 판매점만을 이용하다 보니 제주 환경만 어지럽히지 전혀 도움이 되는 것이 없다고 부연 설명했다.

 오 위원은 “결국 관광객의 양이 중요한게 아니라 질이 중요한다는 것이 제주도민들의 인식”이라고 말했다.  오 위원은 “그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만약 JTX가 운행될 시 과연 제주도가 섬으로서의 정체성을 지켜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며  과거 우도와 성산포 다리를 연결하는 것에 대해 주민들이 반대해 결국 무산된 사례를 들었다.
 
 섬은 역시 섬으로서의 존재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인 셈이다.
 그러나 오 위원은 “조사의 정확성에 대한 의문이 있지만 제주발전연구원과 전남발전연구원에서 도민들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거의 70% 가 고속철도 연결에 찬성하고 있다는 것은 도민들이 무엇을 우려하고 무엇을 원하는 지를 알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교통정책을 전공하고 예리한 분석으로 명성이 자자한 김시곤 과학기술대 철도전문대학원 원장은 주제발표를 한 이재훈 박사에 대해 먼저 몇가지 조건을 제시하겠다며 특유의 예리한 문제제기를 하고 나섰다.
 
 김 교수는 JTX가 제주도에 연결돼 운행되려면 우선 공항을 이용하는 승객보다 더 빠른 시간내에 목적지에 도달해야 하는데 지금의 철도속도로는 공항에 역부족이란 지적을 했다.  또한 주로 어디서 오는지를 분석해 보면 거의 다가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오고 있다는 것.  때문에 비용과 효율면에서 볼때 아직은 그 논의자체가 현실화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김 교수는 고속철도 속도가 높아지게 되면 현실화 될 수도 있다며 지금부터 계속 논의를 하고 자료를 축적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절차의 정당성을 위해 제주도민뿐만 아니라 국민들 모두의 동의를 얻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철도문화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이용상 우송대 교수는 일본의 사례를 들면서 철도를 놓는다는 것이 단순히 철로를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관점에서 과연 철도가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논의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이 교수는 JTX는 단순히 전라남도와 제주도의 문제가 절대 아니라면서 이는 오히려 수도권과 국가전체의 문제란 인식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JTX의 논의를 단순히 관광산업의 논리와 경제 논리등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보다 더 역사적인 관점에서 한국에서의 제주는 무엇인가에 대한 역사성과 철학을 가지고 접근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 교수는 토론중에 JTX가 제주와 연결된다는 것은 ‘대륙의 시작과 끝’이라며 새로운 시각을 가지고 보면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라는 탁견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또 제주도민들이 JTX로 인해 제주 빨대효과를 겁내거나 고민할 것은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역사인식을 새로히 하는 계기가 되어 경제와 인문 분야에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수도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철도기술연구원의 양근율 박사는 “고속철도사업이란 것이 워낙 장시간을 요하는 사업인지라 30년 이후를 내다보고 국가 전체적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군다나 JTX사업은 그 역사적 의미와 제주도뿐만 아니라 국가전체 더 나아가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까지 감안해 차분히 진행되야 할 것이라는 견해를 나타냈다.

 또한 양박사는 고속철도 건설방식도 최근들어 해저 철도 이외에도 해중 철도도 연구개발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기술개발의 발전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고속화물열차등 다양한 물류수송수단이 있으므로 앞으로 국가산업이 어찌 변화되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철도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정부나 관에 의지하기 보다는 민간부문에서의 움직임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좌장을 맡은 김수삼 국제해양극지학회 회장은 “일단 제주도에는 철도가 없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바다 건너 철도를 연결한다고 하는 것도 처음”이라며 그만큼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토론을 정리하기 전에 몇 가지 철도학회의 입장을 확인하겠다며 우선 제주공항을 우선적으로 추진하는 것에 대해 동의를 구했다.
 그리고 제주의 정체성을 지켜가는 것과 주제발표를 한 이재훈 박사의 내용이 중국관광객을 특정해 분석한 내용이라는 점을 확인시켰다.

 이어 철도학회는 전라남도와 제주도 어느쪽 입장도 아닌 중립적 입장에 서 있다는 것도 확인시켰다.
 김 회장은 신상발언을 통해 제주도는 자신의 고향이라며 선친이 제주도민이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본론에 들어간 김회장은 “JTX는 단순히 전라도와 제주를 잇는 철도가 아니라 한반도와 유라시아를 잇는 철길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회장은 이미 유라시아 철도와 관련해 대륙과 목포를 잇는 대규모 프로젝트의 연구용역이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2년 정도후면 그 결과가 나온다고 밝혔다.

 따라서 제주도민들도 언제가는 선택의 기로에 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대륙과 연결된 제주도인지, 아니면 대륙과 단절된 하나의 섬으로 자리할 것인지에 대해 많은 논의와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 회장은 JTX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과연 이 사업이 국가 SOC란 측면에서 반드시 필요한지에 대한 문제제기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회장은 또 이재훈 박사에게 “JTX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잇슈들에 대한 리서치 로드맵을 만들어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김 회장은 “일본 리뉴신간센의 사례에서 보듯이 다양한 전문가들이 더 많은 공부를 통해 가능하다면 제주도에 좀 더 좋은 철도가 공급되기를 바란다”는 말로 토론회를 마무리했다.

송여산 기자  soc@c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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